아이를 낳기 전, 저는 아이 갖는 게 두려웠습니다.
평생 아이가 없다고 생각하면 슬펐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원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부모가 됩니다.
그리고 부모란, 어릴 때부터 알았듯이, 멋없는 존재였습니다. 따분하고, 책임감에 짓눌려 있고, 재미라고는 없는 사람들. 어른이 되어서도 그 생각을 바꿀 만한 장면은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부모를 볼 때마다 아이는 골칫덩이였고, 부모는 지칠 대로 지친 딱한 모습이었습니다.
누가 아기를 낳으면 저는 열렬히 축하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무엇이 바뀌었냐고요? 제가 아이를 낳았다는 겁니다. 그토록 두려워했던 일이 알고 보니 굉장한 일이었습니다.
첫아이가 태어난 순간 일어난 화학적 변화 덕도 있습니다. 누가 스위치를 탁 켠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세상 모든 아이를 지켜주고 싶어졌습니다.
아내와 갓 태어난 아들을 태우고 병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 사람들로 가득한 횡단보도에 다가가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 정말 조심해야 해. 다들 누군가의 자식이잖아!'
그러니 제가 아이 낳는게 좋다고 말해도 어느 정도는 걸러 들으셔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기 전에 제가 분명히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표본이 심하게 치우쳐 있었습니다. 제 눈에 아이가 들어온 건 아이가 시끄럽게 굴 때뿐이었습니다.
게다가 평소 아이들이 있는 곳에는 가지 않았으니, 아이를 마주치는 건 비행기처럼 어쩔 수 없이 한데 갇히는 곳뿐이었습니다. 걸음마하는 아이를 데리고 비행기 타는 걸 즐기는 부모는 거의 없습니다.
제가 알아채지 못한 건 부모가 아이와 보내는 멋진 순간들이었습니다.
이런 순간은 대개 조용히 지나갑니다. 아이가 있으면 '지금 여기 말고 다른 데 있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정말 많습니다.
특별한 걸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같이 어디 가는 길이어도, 아이를 재우는 중이어도, 공원에서 그네를 밀어주는 중이어도 됩니다. 아이 하면 평화를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실제로 드는 감정은 바로 평화입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도 이런 순간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드물었습니다.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옵니다.
제 어린 시절도 저를 헷갈리게 했습니다. 저는 꽤 말썽꾸러기라서 늘 혼났습니다. 그래서 부모 노릇이란 본질적으로 단속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른 살 무렵, 어머니께서 저희 남매를 키우는 게 정말 즐거웠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 이분은 성인(聖人)이구나 싶었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어머니는 그냥 사실을 말씀하신 거였습니다.
어머니는 저희와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저도 그 점에 놀랐습니다.
아이는 그저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닙니다.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와 노는 것도 진심으로 재미있을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확실히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특히 아이의 일정에 맞춰 일해야 합니다.
아이 낳기 전의 저처럼 일이 삶 전체로 흘러넘치게 둘 수는 없습니다. 영감이 오든 말든 매일 같은 시간에 일해야 하고, 영감이 한창 샘솟는 중이라도 멈춰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적응했습니다. 일도 사랑처럼 결국 길을 찾습니다. 아이 낳기 전만큼 많이 해내진 못해도, 충분히는 해냅니다.
아이가 생기면 야망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나 자신보다 아이를 더 아끼게 됩니다. 그리고 머릿속 맨 꼭대기에 놓일 수 있는 생각은 한 번에 하나뿐입니다.
그 자리를 아이가 차지할 때가 많고,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그 자리에 오르는 일은 줄어듭니다.
근데 그래서 이 역풍을 버티는 요령이 생깁니다.
저는 에세이를 쓸 때 우리 아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게 뭘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더 제대로 쓰려고 애쓰게 됩니다.
또 제가 만든 프로그래밍 언어 Bel을 작업할 때는, 이걸 다 끝내면 아프리카에 데려가겠다고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아이는 그걸 약속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니 저는 끝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아이가 생겼다고 꺾일 야망이라면 대체 얼마나 시시한 야망일까요?
아이 낳기 전 삶이 어땠는지 똑똑히 기억합니다. 그리운 것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훌쩍 다른 나라로 떠날 수 있던 자유. 그건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왜 한 번도 그렇게 안 했을까요?
사실 아이 낳기 전에 누리던 자유 대부분을 저는 한 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아이 낳기 전에도 행복한 시간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행복했던 순간을 세어 보면, 아이를 낳은 뒤가 더 많습니다. 아이를 재우는 밤이면 거의 매번 찾아옵니다.
부모로서의 경험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고, 저는 운이 좋았다는 걸 압니다.
아이를 낳기 전 제가 했던 걱정은 꽤 흔한 걱정일 겁니다.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는 다른 부모들의 얼굴을 보면, 아이가 주는 행복도 그만큼 흔한 것 같습니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