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재호입니다.
오늘은 좀 다른 글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이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한지 딱 한달이 됐습니다.
그리고, 구독자가 100명이 되었습니다.
사실 1명은 저니까 실 구독자는 99명입니다. 하지만 100은 상징적인 숫자인만큼, 지금 이 시점에서 이렇게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인생을 ‘찍먹파’로 살아왔습니다.
흥미로운 것들이 너무 많았고, 다 직접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젠 정착해야하나 싶다가도 계속 찍먹했습니다.
넓고 얕게 파다 보면 언젠가는 깊게 파고들 타이밍이 올 거라 합리화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불안했습니다.
이렇게 계속 방향 없이 시도만 하다 보면
1년 미만의 경험만 잔뜩 가진 어중이떠중이로 살다가 무덤 들어가는거 아닐까. 축적없이 매몰비용으로 꽉 찬 인생사는거 아닐까.
그런 걱정을 안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휴직이라는 작은 정지가 찾아왔고 아주 우연히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목적이 분명했습니다.
제가 앞으로 만들지도 모르는 프로덕트들을 홍보하기 위한 ‘오디언스’ 모으기.
그래서 끊었던 SNS도 다시 켰습니다.
(돌이켜 보면 비효율적이었죠. 미래의 프로덕트들을 홍보하려고 뉴스레터를 하고, 뉴스레터를 홍보하려고 SNS를 하고...)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너무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뉴스레터랑 관련된 모든 것들이요.
하루하루 구독자가 늘어나는 걸 보는 것도, 오픈율과 클릭률의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자세히 보기’ 버튼이 더 나은지, ‘더보기’가 나은지 테스트하는 것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발송이 무사히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뭐가 더 후킹한 제목인지 고민하는 것도.
결정적으로
이 컨텐츠가 구독자 여러분의 기대를 충족할지 고민하는게 즐거웠습니다.
더 좋은 글이 어디 없나,
이 글은 내용은 좋은데 어떻게 번역해야하나,
이 글은 내용은 좋은데 가독성이 너무 구린데,
나발 이번 챕터는 좀 별로인데 발행하지말고 스킵할까 등등
좋은 글을, 읽기 편하게 발행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하루종일 생각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던 중, 머릿속에서 모든 퍼즐들이 ‘촤라락’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번역 중인 원서 Almanack of Naval에서 나온 문장.
"Find work that feels like play"
그걸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헐. 설마 이건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뉴스레터가, 놀이처럼 느껴지는 바로 그 일인가?
곱씹어보니 그랬습니다.
좋은 글을 읽고, 요약하고, 추천하는 이 루틴은 사실 수년 전부터 저도 모르게 하고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한달에 100만원 이상 책을 사고
몰스킨 노트를 사서 필사하고
인스타그램 부계정에 책 구절을 올리고
친구들한테 책 추천을 했던 시간들.
그 모든 시간이 이걸 위해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갑자기 이런 소리 왜 하냐고요?
이 말을 하고 싶어서요.
“저는 뉴스레터를, Progress Club을 평생 할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라는 게 그렇잖아요. 잠깐 열정적으로 하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각자에게 맞는 형식이 있고, 타이밍이 있으니까요.
누군가는 뉴스레터를 ‘찍먹’할 수도 있죠.
그런데 저는 아닙니다.
이게 저한테 맞는 옷이에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을 찾고,
계속 읽고, 계속 요약하고, 계속 공유할 겁니다.
이게 제 방식의 Play이고, 삶인가 봅니다.
뉴스레터를 쓰는 과정에서 저 혼자만 잘났다고 착각하지 않도록 계속 지켜봐 주세요.
제가 정신 못 차리는 것 같으면 언제든 따끔하게 말해주세요.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신재호 올림
PS I. 마치 자기 일인양 뉴스레터 홍보에 도움주신 동료, 친구, 지인 분들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
PS II. 내일 현충일이기는 한데 뉴스레터는 정상적으로 발행됩니다. 냅뒀다가 월요일에 두편읽으셔도 됩니다!!
PS III. 의견을 적을 수 있는 마음의 편지함은 여기입니다 📮
PS IIII. 다음주에 구독자 100명 달성 이벤트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