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린다는 31세이며, 미혼이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매우 똑똑합니다.

2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학생 시절 차별과 사회정의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반핵실험 시위에도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3 다음 두 가지 보기 중 어느 쪽이 더 가능성 높은 설명일까요?

4 (A) 린다는 은행원이다.

(B) 린다는 은행원이면서 페미니즘 운동에 적극적이다.

5 실험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대부분 B를 선택했습니다. 왜일까요?

6 질문의 묘사 방식이 린다가 페미니스트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기 때문입니다.

7 하지만 여기에는 통계적 오류가 존재합니다. ‘은행원이면서 페미니스트’라는 조건은 두 가지가 동시에 성립해야 합니다.

8 당연히 단일 조건이 복합 조건보다 통계적으로 더 가능성이 높습니다.

9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람들이 선명하고 인상적인 묘사에 이끌려, 실제 확률을 무시하고 더 복잡한 설명을 선택한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10 우리는 생생하고 쉽게 떠오르는 증거에 강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순한 논리를 어기는 판단도 서슴지 않고 내립니다.

11 주어진 정보만으로 과도하게 결론을 내리고, 그 정보와 관련이 없는 요소들도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것들과 가까이에 있으면 끼워넣습니다.

12 정보를 특정 방식으로 제시하면 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변수들을 합리적으로 저울질하지 못하게 됩니다.

13 이것이 한론의 면도날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14 우리는 우리가 싫어하거나 부당하다고 느끼는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이 ‘의도적’이라고 가정합니다.

15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16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고 그것이 ‘의도적’이었다고 보는 것은, 린다가 은행원이자 페미니스트일 가능성이 단순히 은행원일 가능성보다 더 높다고 여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17 대부분의 잘못은 악의를 가진 사람이 고의로 저지른 것이 아니라, 단순 착오나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18 정보가 너무 생생하고 거기에 감정적 반응이 수반될 때, 우리는 일종의 정신적 오작동을 겪게 됩니다.

19 한론의 면도날은 이럴 때 꼭 필요한 처방입니다.

20 악의보다 어리석음을 우선하지 않으면, 피해망상에 빠지기 쉽습니다.

21 항상 악의를 가정하는 것은 마치 세상의 모든 일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전제를 두는 셈입니다...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