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때 읽던 SF 소설에서는 독서가 대체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테이프'를 머리에 연결하면,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듯 지식이 뇌에 입력되는 식이었죠.
하지만 그런 일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독서를 대체할 기술을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설령 그런 기술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대상(x)에 대한 지식을 얻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동시에 어떤 대상(x)에 대한 글을 쓰는 법도 배우게 됩니다.
글쓰기는 단순히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생각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작가들은 생각을 끝낸 뒤 그것을 받아 적듯 글로 옮기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발견을 대신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며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충분히 대화를 나눈 뒤에도
막상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하면 또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됩니다.
오직 글을 써야만 가능한 사고가 있습니다.
물론 글을 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사고도 있습니다.
문제가 그리 깊지 않다면 글로 정리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하고 경계가 불분명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 글을 쓰는 것이 거의 항상 도움이 됩니다.
다시 말해,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은
그런 문제를 해결할 때 항상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글을 잘 쓰지 못하면 깊이 생각할 수도 없고, 잘 읽지 못하면 잘 쓸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잘 읽는다'는 표현에는 두 가지 의미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읽는 능력이 뛰어나야 하고, 동시에 좋은 글을 읽어야 합니다.
정보만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독서를 대신할 다른 방법을 찾아도 괜찮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독서를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