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샤워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주 중요합니다.
샤워할 때 아이디어가 잘 떠오른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한 발 더 나가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아침 샤워 시간에 떠올리지 않는 일이라면, 그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씨름해본 사람은 다 겪어봤을 겁니다.
머리를 쥐어짤 때는 안 풀리다가, 엉뚱한 일을 하던 중에 답이 툭 튀어나옵니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돌아가는 사고가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무의식적 사고가 난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필수라고 믿게 됐습니다. 문제는 이걸 간접적으로밖에 못 건드린다는 점입니다.
사람들 머릿속에는 대개 그 시기를 지배하는 생각이 하나씩 있습니다.
아무 제약 없이 생각을 풀어놓으면 결국 돌아가는 그 주제, '최우선 생각'입니다.
무의식적 사고가 주는 이득은 전부 여기로 쏠립니다. 나머지 생각은 영양분을 못 받고 말라 죽습니다. 그러니 엉뚱한 생각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두면 재앙입니다.
저는 이걸 호되게 배웠습니다. 원하지도 않은 생각이 긴 기간 제 머릿속 1순위를 차지했던 적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시작하면 성과가 뚝 떨어진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안 건 직접 투자를 받아보고 나서였습니다. 투자자 만나느라 쓰는 시간이 문제가 아닙니다.
투자 유치를 시작하는 순간 '투자 유치'가 머릿속 1순위가 되어버리는 게 문제입니다. 아침 샤워 시간에도 투자 생각만 합니다. 정작 중요한 문제들은 그대로 밀려납니다.
돈 문제는 유독 1순위를 잘 차지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돈 버는 일은 어렵고, 가만히 둔다고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아침 샤워 시간을 통째로 내주지 않으면 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머릿속을 내주는 순간,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은 거의 멈춥니다.
저만의 일도 아닙니다. 제가 지켜본 거의 모든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나 인수 협상을 시작한 순간 성장을 멈췄습니다.
생각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직접 못 정합니다. 정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자발적인 흐름이 아니니까요.
대신 어떤 상황에 몸을 담글지는 고를 수 있습니다. 거기서 얻은 교훈은 이겁니다.
무엇을 내 삶의 '급한 불'로 삼을지 극도로 조심하라는 것. 내가 기꺼이 품고 싶은 문제가 가장 급한 일이 되는 자리로 스스로를 밀어 넣어야 합니다.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비상사태가 터지면 다른 생각은 전부 밀려납니다.
하지만 비상사태만 아니라면, 머릿속 1순위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상당 부분 내 손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피해야 할 생각이 두 종류 있습니다. 외래종처럼 머릿속 생태계를 휘저어 훨씬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을 전부 몰아내는 생각입니다.
하나는 앞서 말한 돈 생각입니다. 돈을 구하는 일은 주의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입니다.
다른 하나는 논쟁입니다. 이쪽은 더 고약한 방식으로 마음을 붙잡습니다.
진짜 흥미로운 아이디어처럼 머릿속에 착 들러붙는데, 남는 게 없습니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면 논쟁을 피하십시오.
아이작 뉴턴도 여기에 걸려들었습니다. 1672년 광학 이론을 발표한 뒤 몇 년을 논쟁에 시달렸고, 결국 논문을 더 발표하지 않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내가 스스로를 노예로 만들었음을 깨달았다.
라이너스와의 이 지긋지긋한 논쟁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연구하거나 사후에 남길 글을 제외하고는 학문계에 영원히 하직을 고할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발표하지 않거나, 아니면 자신의 주장을 방어하느라 노예가 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뉴턴의 가장 끈질긴 비판자는 라이너스와 그 제자들이었습니다. 뉴턴의 전기 작가 웨스트폴은 뉴턴이 과하게 반응했다고 본 듯합니다.
뉴턴이 '노예' 상태라고 표현했던 시기, 그가 한 일이라고는 1년 동안 라이너스 패거리에게 14페이지 분량의 답장 5편을 보낸 것이 전부였음을 떠올려 보라.
저는 뉴턴이 공감됩니다. 괴로운 건 14페이지를 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생각하고 싶은 주제가 줄을 서 있는데 이 소모적인 논쟁이 자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 그게 괴로웠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왼뺨을 맞으면 오른뺨도 대라'는 말에는 분명히 이점이 있습니다.
누가 나에게 상처를 주면 피해는 두 번 옵니다. 상처 자체가 한 번, 그 일을 곱씹느라 쓰는 시간과 생각이 또 한 번입니다.
부당한 상처를 무시하는 법을 익히면 적어도 두 번째 피해는 막습니다.
저는 누가 저지른 치사한 일이 떠오를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이딴 게 내 머릿속 자리를 차지할 자격은 없어."
지난 논쟁의 세부가 기억나지 않는 걸 발견하면 속으로 쾌재를 부릅니다.
그동안 그 생각을 안 하고 살았다는 증거니까요. 아내는 제가 자기보다 너그럽다고 하지만, 제 동기는 철저히 계산적입니다.
지금 자기 머릿속 1순위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저도 자주 헷갈립니다.
실제로 자리를 차지한 생각 대신, 차지했으면 하는 생각을 1순위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샤워를 하러 가면 됩니다.
머리를 감을 때 생각이 자꾸 되돌아가는 주제는 무엇입니까?
그게 내가 정말 생각하고 싶던 주제가 아니라면, 삶에서 뭔가를 바꿔야 할 때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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