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일이 하필 '지금' 일어나고 있을까요?
컴퓨터 혁명이 일어난지 60년,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발명된지 40년, 그리고 오늘날의 인터넷이 등장한지 20년이 흘렀습니다.
소프트웨어로 기존 산업을 뒤바꿔놓는데 필요한 기술들은 이제서야 제대로 동작하기 시작했고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20억명이 넘는 인구가 브로드밴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넷스케이프를 공동창업하던 10년 전까지만 해도 5천만명에 불과했는데 말이죠.
앞으로 10년 후에는 전세계적으로 최소한 5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소유할 것이며, 스마트폰으로 항상 인터넷을 사용할 것이라고 저는 예상해봅니다.
백엔드에서도,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툴과 인터넷 기반 서비스들은 산업을 가리지 않고 세계적인 규모의 소프트웨어 기반 스타트업들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스타트업들은 더 이상 사업을 위해서 새로운 인프라에 대규모로 투자하거나 직원들을 교육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저의 파트너 벤 호로위츠가 지구상 최초로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 Loudcloud를 창업했던 2000년까지만 해도, 기본적인 인터넷 응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한달에 대략 15만 달러가 쓰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것과 똑같은 응용 프로그램을 동작시키기 위해서 AWS에 매달 1500달러만 납부하면 됩니다.
더 적은 창업비용과 온라인 서비스를 하기에 광활한 시장 덕분에, 마침내 완전히 디지털화되고 촘촘히 연결된 세계경제가 탄생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 모든 사이버 신봉자들의 꿈이 마침내 한 세대가 지나고 이뤄진 것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전통적인 사업모델을 먹어치워버리는 이러한 현상의 가장 극적인 예시는 아마 Borders의 몰락과 그와 동시에 혜성처럼 등장한 아마존일 겁니다.
2001년에 Borders는 아마존에게 온라인 사업부를 넘겨주었죠. 온라인 서적 판매는 전략적이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는 믿음 때문에요.
그런데...
오늘날 전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이 된 아마존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마존의 핵심 역량은 오프라인 가게 없이도 사실상 모든 제품들을 팔아치울 수 있는 아주 정교한 소프트웨어 엔진이죠.
게다가 Borders가 절망적인 파산을 겪어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아마존은 사상 최초로 킨들 디지털 책을 물리 책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웹사이트를 재정비했습니다. 이제는 책들 그 자체도 소프트웨어가 되어버린 셈이죠.
오늘날 가장 큰 비디오 서비스 회사 넷플릭스 역시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넷플릭스가 Blockbuster를 짓밟아버린 이야기는 오래된 옛날 이야기지만, 이제는 그 밖의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Blockbuster가 마주쳤던 바로 그 위협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Comcast, 타임워너, 그리고 다른 회사들은, 물리적인 케이블 없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컨텐츠들을 볼 수 있도록 변화시키면서 부랴부랴 소프트웨어 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