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설은 원래 한 고등학교 졸업식 연설을 위해 쓴 글이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나를 초청하는 계획을 허가하지 않아, 결국 직접 연설할 기회는 없었다.
고등학교에서 연설을 한다고 하자 친구들이 궁금해했다.
"고등학생들한테 무슨 얘기를 할 건데?"
그래서 나는 오히려 그들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고등학생 때 누군가가 꼭 해줬으면 좋았을 말이 뭐였어?"
놀랍게도 대부분 비슷한 답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모두가 그때 들었으면 좋았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먼저 고등학생 때는 굳이 몰라도 되는 것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바로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지다.
어른들은 늘 이 질문을 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답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어른들은 답을 기대해서 묻는 게 아니다.
그저 대화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말을 꺼내는 소재일 뿐이다.
마치 웅덩이에 있는 소라게를 살짝 건드려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내가 고등학생이고 누군가 진로를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지금 제일 중요한 목표는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부터 알아보는 겁니다."
인생의 일을 너무 서둘러 결정할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그 분야에서 뛰어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쉬울 것 같지만 의외로 어렵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직업을 제대로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사의 삶은 드라마에서 그리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다행히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실제 의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직접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예 알아볼 수조차 없는 직업도 있다.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일들이다.
지난 10년 동안 내가 했던 일 대부분은 내가 고등학생일 때는 아예 없던 직업이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더 놀라운 건, 변화의 속도 자체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너무 일찍 인생 계획을 확정해 두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
그런데도 매년 졸업식 시즌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축사 연설이 쏟아진다.
대부분 하나의 메시지를 반복한다.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마라."
무슨 뜻인지는 안다.
하지만 좋은 표현은 아니다.
마치 어릴 때 세운 계획에 평생 묶여 살아야 한다는 뜻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컴퓨터 분야에는 이런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 있다.
'조기 최적화(Premature Optimization)'
그리고 이 말은 실패의 다른 이름처럼 쓰인다.
사실 그들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것이다.
"낙담하지 마라"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나는 절대 못 할 거라고 미리 단정하지 마라.
나 역시 그 말에는 동의한다.
자신의 가능성을 너무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흔히 우리와는 전혀 다른 종족처럼 느껴진다.
위인들의 자서전 역시 그런 착각을 더 키우는 경우가 많다.
위인을 존경하는 마음에 빠지기 쉽고, 이미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삶의 복잡한 과정을 모두 정리해 버린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은 마치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고, 타고난 천재성이 자연스럽게 펼쳐진 과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만약 열여섯 살의 셰익스피어나 아인슈타인이 여러분과 같은 학교에 다녔다면 분명 눈에 띄는 학생이었겠지만, 친구들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 결국 그 엄청난 성취는 엄청난 노력 끝에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천재라는 개념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으면 게을러질 핑계가 생긴다.
셰익스피어나 아인슈타인이 특별한 '셰익스피어다움'이나 '아인슈타인다움' 같은 마법 같은 재능 덕분에 성공한 것이라면, 우리가 그만큼 해내지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천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가지 이론 가운데 하나는 게으를 핑계를 주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다면 대개는 후자가 더 진실에 가깝다.
이제는 졸업식 연설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너도 할 수 있다." 정도로 바꾸는게 적합할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충분히 정확하지 않다.
사람마다 타고난 능력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대부분은 그 차이를 실제보다 훨씬 크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차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키가 120cm 정도인 사람이 NBA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면,
"정말 열심히 하기만 하면 뭐든 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그래서 졸업식 단골 연설은 결국 이렇게까지 수정되어야 한다.
"너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다른 사람이 해낸 일이라면 너도 해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문장이 점점 복잡해진다.
처음의 간결하고 그럴듯한 구호는 사실 틀린 말이었다.
이제는 멋진 졸업식 연설도 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선명하게 알려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너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니 그렇다면 도대체 내 능력은 무엇인가?'... 원문 보기 |